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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Nepal)

037. 안나푸르나 트레킹 1-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네팔에 들린 주 목적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이었다. 룸비니(Lumbini)의 한국 절(대성석가사)에 여장을 풀고 트레킹 준비에 나섰다. 자전거와 짐은 다 절에 맡겨놓고 필수품만 챙겨갈 계획이다.

  마침 한국절에서 트레킹을 준비하던 형선씨-재희누나 부부, 부승군, 여진양, 미리양 등 5명의 동행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늘 혼자 다니려다 동행이 생기니 번거로움도 없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좋았다.숙식 제공에 짐까지 맡아 준 룸비니의 한국 절 대성석가사

  3월 8일. 조식 후 승합차를 이용하여 룸비니에서 포카라(Pokhara)로 이동. 간만에 자전거 대신 차량을 이용하니 치트키를 쓰며 게임하는 기분이다. 특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꼬불꼬불한 오르막의 반복이었는데 여길 자전거로 이동하면 정말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트레킹 시작도 하기전에 탈진했으리라.

  포카라에서는 입산 허가증을 받고 1:62,500 산악지도와 에너지바 형태의 비상식량, 고산병 약과 정수제를 구입하여 트레킹 준비를 마쳤다. 등산 용품을 대여해 주는 장비점들도 성황이었으나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장비로만 준비했다.안나푸르나 입산 허가증

  또 트레커의 짐을 들어주는 포터들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우리 팀은 포터를 2명 고용했는데 나는 이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우선 짐을 남에게 맡겨버림으로서 등산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당하지 못할 짐은 놓고 가리라. 두번째로는 다른 일행들에 비해 시간이 없었다. 나는 가장 짧은 코스로 돌고 바로 인도로 돌아갈 계획이므로 내 짐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다.

  출발 예정일이던 3월 9일은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서 일정을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여기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다.

  1. 푼힐 코스는 서두르면 2박3일에도 가능할것 같은데, 계획대로 빨리 돌고 인도로 돌아간다.

  2. 6박 7일 계획으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간다. 안나푸르나를 더 깊게 볼 수 있지만 이후 일정이 꼬여버린다.

  어차피 여행은 선택의 연속이다. 고민 끝에 2안을 선택했다. 인도 일정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네팔에서는 안나푸르나를 제대로 봐야겠다. 애당초 짧은 기간에 많이 보려면 자전거여행보다는 관광 패키지 상품이 나았으리라. 또, 출발이 하루 미뤄진것처럼 산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트레킹 시작 전 많이 불안하였다. 며칠 전 느꼈던 무릎통증과, 한번도 올라가 보지 않은 고도에서의 고산병 때문이었다.

  특히 고산병은 예측할 수 없었기에 더 불안하였고, 인도에서 장염 등 이상한건 한번씩 다 경험한걸로 봐서 왠지 나에게 증상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상태 점검도 할 겸, 고지대(포카라 해발 900m) 적응도 할 겸 3.5mile 구보를 하며 트레킹을 준비했다.

  그리고 3월 10일 드디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시작하게 되었다.길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독도법은 필요없었다

  트레킹은 택시를 이용하여 나야푸르(Nayapur, 1,070m)라는 곳으로 이동하여 입산 허가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Tourist Check Post.

  처음에는 안나푸르나라는 이름에 긴장했지만 첫날 코스는 의외로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길은 마음먹고 올라가는 등산코스가 아니라, 네팔인들에게는 삶의 현장이었다. 마을이 있고, 학교가 있는.좁고 가파른 땅이지만 계단식 논을 만들어 삶을 일군다.

  특히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설립한 쉬리 비레탄티 초등학교(Shree Biretanti Secondary School)를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얼핏 네팔에 학교를 짓는 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곳이 바로 여기였다.쉬리 비레탄티 세컨더리 초등학교향후 경로 토의. Syauli Bazar(1,220m)에서

  길이 편해서 그런지 무릎도 이상없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큰 실수를 해버렸다.

  바로 평소 속도대로 걸은 것. 산을 많이 다닌 형선씨 부부와 포터들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뒤따라왔으나, 나머지 4명은 내 속도에 맞추다시피 하며 올라왔다.첫날부터 모습을 드러낸 설산의 위용

  나만 포터없이 짐을 다 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핸디캡이라고 생각했고, 다 문제없을 줄로만 알았다.

  모두 잘 걷기에 이상 없을줄로만 알고, 앞장서서 내 속도대로 계속 걸어갔다. 게다가 내 계획은 고산병으로부터 안전한 해발 2,500m까지는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것이었다.사람도 말도 함께 지나가는 길. 개울마다 다리가 설치되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결국 하루 일정을 마칠 때 즈음에는 여학생들이 많이 지쳐버렸다. 오히려 일정한 속도로 걷던 형선씨 부부나 포터들보다도 쳐져버리고, 숙소 근처에서 기다렸다는 포터도 보지 못하고 1km 이상 지나쳐 버렸다.

  간드룩(Ghandruk, 1,940m)이라는 마을에서 결국 우리 팀의 숙소는 2곳으로 찢어졌으며, 게다가 포터마저 이런식으로는 못가겠다고 하산하겠다고 하여 일이 복잡해졌다.

  덕분에 지쳐있던 여학생들은 포터를 설득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나때문에 초반에 무리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둘째날(3월 11일)의 구간은 더 편했다. 급경사로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쉽게 이동했다.

  이날부터는 이동순서를 바꿨다. 나는 제일 뒤에서 따라가기로 했다. 내 속도대로 나가면 팀원들이 더 힘들어 할 것 같고, 고산병도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산병 예방은 천천히 이동하는게 좋다는데, 나는 성격이 급해서인지 자꾸 빠르게 치고 나가게 된다.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안나푸르나Ⅰ(해발 8,013m)중간 단체사진 한 장

  산 중턱의 마을 때문인지 역시 길 상태는 매우 좋다. 위로 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등산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이다. 가파른 오르막은 돌계단을 설치하여 오르기 쉬웠다. 이런곳에 길을 내고 삶을 이어온 네팔인들의 노력에 머리가 저절로 숙여졌다.중간중간 폭포 등 눈요기거리가 많은 계단길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

  출렁다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유격장을 연상시키는 구간. 실제 사용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촘롱(Chhomrong, 2,170m)이라는 마을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히말라야 소년의 수줍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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