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주섬주섬 일어나 다시 이동 준비를 했다. 우선 첫 목적지는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Sultan Qaboos Grand Mosque). 관광객에게는 08:00~11:00까지만 입장을 허용하므로 서둘러야 했다.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의 위용>
멀리서 보이는 모습보다 실제로 마주한 모스크는 훨씬 커 보였다. 주차장을 잘못 선택해서 관광객용 입구까지는 한참을 돌아 들어가야 했다.
<화려한 샹들리에나 정교한 조각, 스테인드글라스보다 눈길을 끄는건 아랍숫자 시계였다>
홀 부터 여기저기 둘러보고, 퇴장 시간이 되어 모스크에서 나와야 했으나, 정원에 한참 머물러 있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도 멋있었고, 쉬어 가기에도 또한 좋은 곳이었다.
<하얀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모스크를 구경하면서 전 재산이 실려있는 Wing은 시야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세워둬야 했다. 자전거용 페니어에는 시건장치도 없고, 설령 잠궈 놓는다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짐을 빼 갈 수 있다. 설마 모스크에서 타인의 물건을 노리는 무슬림이 있겠어?
사실 오만 뿐만 아니라, UAE에서도 거의 숙소를 이용하지 않았으므로 짐 보관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디에든 들어갈 때 마다 작은 가방 외에는 짐을 모두 밖에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부라이미(Buraimi)에서 만난 야신은 헬멧을 도난당한 경험이 있다고 주의하라고 했지만, 다행히 나는 한번도 짐을 분실한 적은 없었다.
아라비아 반도는 치안과, 교통질서 뿐만 아니라 좀도둑도 없는 듯 하여 자전거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무언가를 가져가기에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예전에는 절도시에 손목을 잘랐다는 이슬람 율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좋은 조건이다.
모스크 다음에는 계획대로, 오만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Museum of National History(국립 역사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문에 와 보니 Museum of Natural History(자연사 박물관)이 아닌가! 단어가 길면 대충대충 읽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에는 Natural History를 National History로 읽고 간 것이다.
<정문. 내셔널이 아니라 네츄럴???>
보나마나 화석 몇개 있을게 뻔한 자연사 박물관에는 큰 흥미가 없지만, 덥고, 다시 나가기는 귀찮아서 망설이는데, 그랜드 모스크에서 만난 멕시코 아가씨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마침 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박물관이 재미있었다는 말에 입장하기로 결심했다.
자연사 박물관은 생각보다 흥미있는 곳이었다. 특히 사막에 사는 신기한 동물들이 인상깊었는데 삵쾡이 비슷한 고양이과의 맹수들도 많이 있고, 표범까지 산다는 것이었다. 사막에 깊숙히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발 밑에 전갈이라도 있었으면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니 갑자기 오싹해졌다. 전갈은 사냥꾼 오리온도 One Shot One Kill 한 녀석이 아닌가!
오만에서도 낮 시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또 인터넷 사용을 위해 까페를 찾았으나, 여기서는 무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다. UAE에서는 영수증에 Wi-Fi 접속용 ID와 비밀번호를 주는데, 오만에서는 오만의 휴대폰으로 비밀번호를 전송하는 구조라서 나로서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
그런데 관리자의 실수인가? 다행히도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은 AP 신호를 우연히 잡게 되어 주위 지도는 다운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식사하러 들어간 KFC 한 지점에서는 셀프로 운영하는 무한 리필되는 음료탱크가 있었다. 덥고 지쳐있었는데, 아마 음료 리필 신기록을 세운 듯 하다.
<범선을 형상화한 조형물>
저녁에는 루위(Ruwi) 지역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론니 플래닛에 따르면 무스카트(Muscat)-소하르(Sohar)는 단 3리알이다. 약 300km. 이틀 거리를 반나절 9,000원에 갈 수 있으니 시간 및 연료비(물, 음식)를 생각해도 이게 나은 듯 하다. 소하르 까지는 이미 왔던 길을 돌아가기 때문에 다시 자전거로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버스 정류장에서 구입한 표는 2.5리알(7,500원)이었다. 무엇이든지 가이드북보다 가격이 올라 있었는데,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는 처음이다. 괜히 횡재한 기분.
잠자리 또한 근사한 곳을 찾았다. 아부다비에서 본 코니체(Corniche)라는 해변이 또 있길래 가 봤더니 역시 샤워장과 벤치가 있었다. 아무래도 Corniche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아랍어로 '해변'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깨끗히 씻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잠은 해변 야자수 그늘에서>
6월 3일. 첫 목적지는 Oil & Gas Exhibition Center. 가다보니 외딴 산 중턱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동안은 대부분이 평지라서 그나마 수월하게 다녔는데 이 날씨에 오르막이라니. 뭐 그래도 에어컨은 나오겠지…….
<휘발류 1ℓ≒0.120리알, 약 360원. UAE보다 더 싸다>
Oil & Gas Exhibition Center의 전시관에는 석유 시추하는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단계별로 단추를 누르면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었다. 마치 능동 어린이회관의 과학관을 관람하는 느낌의 잘 만든 전시장이었다.
<석유 시추 현장, 레버를 당기면 기름이 쑥쑥~><휘발유 가득이요~>
이제 산을 넘어야 한다. 한참 더위와 싸우며 산을 오른 보람이 있었다. 정상을 통과하자 펼쳐진 내리막길.
<산길 정상. 곡선형의 성벽이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원한 바다가 나왔다. 바로 무트라(Mutrah) 항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무트라 항, 물에 들어가고 싶었다><도자기같은 재질로 장식된 모스크><무트라 수크(재래 시장)>
경치에 감탄하고 있는데 현지인 복장을 한 후줄근한 사람이 '니혼진?' 하면서 다가왔다. 아랍어인줄 알고 "I don't know Arabic."이라고 대답했는데, 생각해 보니 일본어.
알고보니 이 친구는 각구 상이라는 일본인이었다.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데, 중동에서 더워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아랍사람인줄 알았다고 했더니 그도 나보고 처음에는 현지인인줄 알았다고 한다. 덕담 및 격려와 함께 잠시 서로의 몰골을 비교하며 서로 잘났다고 티격대는 시간을 가진 후 헤어졌다.
<나와 각구상. 누가 더 양호한가?>
무트라에서 구 시가지(Old Muscat)까지 해안도로는 기가막힌 경치가 이어졌다.
<잘 닦인 해안도로><빠알갛게 잘 익은 대추야차>
결국 경치에 취해 해변에서 너무 지체해버렸다.
<이 문을 지나면 Old Muscat><사자 같기도 하고, 낙타 같기도 한 바위와 요새>
급하게 루위의 버스정류장으로 이동 간신히 버스는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대형 버스라서 자전거는 분해도 없이 그대로 트렁크에 들어갔으나 긴 바지를 입지 않으면 승차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반바지 위에 대충 걸치고 겨우 승차할 수 있었다.
<멋진 바닷가를 뒤로하고 버스 탑승>
Natural한 바다와 바위산, 그리고 성벽이 멋진 조화를 이룬 무스카트 떠난다.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편안히 소하르로 복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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