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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atia

143. 차타고 플리트비체 호수공원을 향해 우주여행자와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북쪽으로 튼 후 계속해서 달린다. 예상대로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그래도 해발 1,000m도 되지 않고 급경사도 없어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주변 경치가 모든 피로를 잊게 해 준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항상 함께 달리고 헤어진 후에는 약간의 의욕상실을 느낀다. 그렇다고 지체할 시간은 없다. 이틀내로 플리트비체(Plitvička)에 도착해야만 한다. 주변의 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들판은 예의 그 연녹색 거기다 햇빛에 따라 채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녹색의 들판은 크로아티아(Croatia)에서만 본 것 같은데 매우 마음에 드는 색상이다. 계속 이런 경치를 보면서 달리면 시력에도 도움이 되겠지? .. 더보기
142. 우주여행자를 만나다. 2011년부터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4년째 여행 중. 거쳐온 길에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포함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위험하다는 길은 모조리 거쳐온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혼자 다니고 있으며 그것도 여성이다. 그녀를 온라인으로 알게 되고, 과연 어떤 사람인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내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머물 때 그녀는 크로아티아(Croatia)에 있었다. 이후 BiH로 갈 계획. 아쉽게도 지금까지 대부분 여행자들이 그랬던것처럼 나와는 반대방향이다. 함께 달릴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트로기르(Trogir) 근처에서 마지막 교신을 하며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서 정오 즈음에 .. 더보기
141. 작은 베네치아 트로기르와 스쳐간 쉬베니크 스플리트(Split)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트로기르(Trogir)로 향했다. 트로기르는 스플리트에서 불과 30km 이격되어 당일치기 여행지로 많이 추천된다. 원래 트로기르는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와 쵸보 섬(Otok Čiovo)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지도에서 보면 쵸보 섬에 건너가기 위한 징검다리처럼 보이는 곳이다. 현재 트로기르는 물론 쵸보 섬까지 다리가 연결되어 더 이상 섬으로 부르기에도 애매한 곳이다. 해안도로를 타고 신나게 달리니 금세 트로기르에 도착했다. 바다인지 실개천인지 모를 좁은 수로를 건너자 큰 성문이 눈에 들어왔다. 성벽을 쌓는다면 천연 해자에 둘러싸여 트로기르 성 역시 공략이 쉽지 않은 요새였으리라. 그러나 성문 옆에 벽은 없고 건물뿐이다. 성문과는 연대차이가 있어.. 더보기
140. 폭군 황제의 마지막 선물. 스플리트 날이 밝자 주위를 둘러보니, 전날 잔 곳은 생각보다 더욱 멋진 곳이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보이는 해안은 말 그대로 그림같았다. 벌써 이정도인데 스플리트(Split)는 과연 어떤 곳일까?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 30분이면 스플리트에 도착하려나? 그런데 뒷바퀴에서 이상한 느낌이 전해진다. 구석으로 옮겨 바퀴를 살펴보니 으 펑크가……. 도로 근처의 주차장으로 옮겨 타이어를 정비한다. 오랜만에 겪는 펑크라 그런지 조치가 더디다. 그런데 튜브를 살펴보니 주입주가 찢어져 있었다. 으으 UAE에서는 튜브가 터지더니 이번에는 주입구가 찢어지고. 정말 특이한 펑크만 나는구나. 정비는 불가능할 듯 하여 일단 예비 튜브로 교체하기로 했다. 마침내 스플리트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거리에는 즐비한 기념품 가게.. 더보기
139. 무지개를 등지고 아드리아해 달리기 이반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Crveni Grm 국경이 나타났다. 국경은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었으나 통과에 별 문제는 없었다. 이제 월경지가 아닌,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다. 이어지는 길은 처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진입했을 때와 같은 바위산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달리기에 문제 없었다. 그러다 문득, 도로 아래쪽을 내려다 보자 넓은 들판이 보이는데. 우와, 녹색과 흰색 크레파스를 단계별로 섞은듯한 색이랄까? 녹색이 이렇게 다양하고 멋질 수 있구나! 처음보는 색의 들판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Vrgorac이라는 마을이 나타났다. 여기서 중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 후 마을을 .. 더보기
138. 동유럽 무사수행(武士修行) - 미래의 크로캅을 만나다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Međugorje)를 뒤로 하고 달리는 길. 길은 예상대로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이다. 그동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의 산을 줄곧 봐 오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쉽게 보내주지 않는구나.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국경 지대여서 그런지 공터가 많다. 계속해서 도로를 보수하거나 공터를 측량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뢰는 대부분 제거되었기에 이런 활동이 가능하겠지? 한동안 측량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급정지한다. 운전자는 Ivan Rašić이라면서 인사를 건넨다. 여행경로에 대해 물어보더니, 본인도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고는 근처 Ljubuški라는 곳에 산다면서 하룻 밤 묵어 갈 것을 권유한다. 음, 그러면 예정보다.. 더보기
125. 노마드 박주하 선생님과의 만남 4박 5일간 편히 머물렀던 마르코의 집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 처음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위험하다는 선입견도 있고, 경로 또한 복잡해지기에 생략하려고 생각했다. 얼마 전 BIH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르코의 집에 함께 묵었던 Jack이 BIH를 추천했다. Jack은 얼마 전 버스로 BIH의 수도 사라예보(Sarajevo)에 다녀왔다. 사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가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에서 뚝 떨어져 있기에 어디로 가든 BIH를 경유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크로아티아보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에 바로 BIH행을 결심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씨가 우중충한게 또다시 비가 내릴 것 같았.. 더보기
124.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위치도 애매한 미쿨리치(Mikulići) 자연공원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마케도니아의 보얀의 추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를 가기 위해서였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린다는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Croatia) 최고의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라고 한다. 반면 두브로브니크의 숙박비는 매우 비싸서 쉽게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동격실(도미토리)도 최소 2만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한편 두브로브니크 근처의 다른 호스트와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선택지는 마르코의 집 밖에 없었다. 미쿨리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35km가량 이격되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루에 왕복 할 만한 거리다. 두브로브니크를 빨리 보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굵은 비 때문에 하루.. 더보기
123. 마르코와의 만남과 화해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비는 며칠간 이어졌다. 맑았던 하루를 이용해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다녀온 외에는 꼼짝없이 마르코의 집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인적없는 외딴 곳. 컨테이너로 만든 듯한 그의 집과 사무실 벽은 티토(Tito), 체 게바라 등의 사진과 구 유고슬라비아(Yugoslavia)의 각종 포스터, 그림액자로 가득하다. 찬장 속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한 장 숨겨져 있었다. 켜진 불은 식탁 위 작은 전구 하나 뿐이다. TV는 없고, 작은 라디오 한대를 틀어놓고 있다. 양동이를 받혀 놓은 재래식 화장실은 용변 후 톱밥으로 덮게 되어있다. 더 놀라운건 이 집은 4개월동안 직접 지은 것이었고, 뒷동산에는 진입로를 내고 캠핑장과 골프연습시설, 휴양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어이없게도 그.. 더보기
122. 썩 반갑지 않은 크로아티아의 첫모습 중립지대가 꽤 길다. 몬테네그로(Montenegro) 국경을 빠져나온지 한참이 지났는데 주위에는 산 뿐이다. 어느나라의 영토도 아닌 곳. 문득 여기서 캠핑해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잘못하면 스파이로 몰리려나? 음. 여기에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느 나라의 경찰도 건드리지 않을 것 같긴 한데…….' 해가 지고있으면 실행에 옮겼겠지만 아직은 한참 더 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몬테네그로를 빠져나온 후 거의 2km가량 산길이 이어졌고 정상 부근에 드디어 멀리 국경이 보인다. 그보다 먼저 나타난 표지판은 여기부터 다시 유럽 연합(EU)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크로아티아(Croatia)로 부르지만 이 근처에서는 대부분 크로에이시아라고 발음한다. 현지에서는 흐르바츠카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