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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15. ▶◀ 야영 시작

   푸네에서 충분히 기력 보충을 한 후, 다음 목적지 아우랑가바드(Aurangabad)를 향해 출발했다.(1월 9일) 아우랑가바드는 푸네에서 약 240km 이격된 도시이다. 2~3일 계획으로 출발한다. 역시 잠깐의 휴식이 효과가 있었는지 페달을 밟는 느낌이 한결 수월하다.

  얼마나 달렸을까? 거대한 풍선같은 굴뚝이 보이고, 거기엔 LG라고 씌여있었다. 아, LG 인도공장이 푸네 근교에 있었구나! 반가운 마음에 LG 공장 앞으로 가서 견학을 요청했지만 보기좋게 거절.보기만 해도 반가운 LG 디스플레이 공장

  돌아서 나오는데 뭔가 뒷바퀴의 느낌이 이상하다. 살펴보니 뒷바퀴가 휘어서 림이 브레이크에 닿는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그늘을 피할 수 있는 작은 식당이 있었다. 빵 하나 시키고 눌러앉아 자전거 정비. 짐의 무게가 많아서 못견디나보다. 앞으로 쉴때는 자전거를 눕히기로 했다.LG공장 앞의 휴게소에서 보라빠우(2개 14루피)라는 빵을 시키고 자전거 정비

  길위에서 보이는 인도의 풍경. 아 그러고 보니 대항해시대 게임 중 인도에서 목화를 샀던것 같다.목화를 판매하는 저울 / 교수형이라도 당한 듯 인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소가 돌리는 사탕수수즙(Sugar Tea) 추출기도 보이고, 작은 과일가게도 보여서 또 잠시 쉬어간다. 바나나를 사는데 거지소년이 나타나서 돈을 요구하길래 바나나를 하나 줬다. 녀석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바나나를 챙기고 사라진다.

이런 소는 한국소와 입장이 비슷하네. 이사람들 소를 신처럼 받들고 존중하는거 맞아?

  작은 마을을 통과하면 한참 이어지는 황무지.멀리보이는 저런 산들도 직접 넘으려면 고역이다Ahmednagra 35km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간다. 중간 기착지인 Ahmednagar은 약 20km 남은 상태. Ahmednagar까지 가도 싼 호텔이 있다는 보장도 없고,(론니플래닛에 나오지 않는 도시) 한적한 국도변에 캠핑을 하는게 더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장소 물색. SUPE라는 마을을 조금 지나서 가을걷이가 끝난 옥수수밭이 보였다. 도로 근처이면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고, 여러모로 괜찮은 장소다. 오늘은 여기로 숙영지 결정.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지었는데~♬ 사랑하는 나의 님은 안드로메다로~♪숙영지 편성하기

  누구 여자친구였더라? 출발 전 나와 인도 거지 차이가 뭐냐고 물어봤었는데. 인도의 천막과 오두막집은 이렇게 생겼다.누가 뭐래도 내 집이 더 편하다. 길위의 방랑자~

  텐트를 치면 위장을 꼭 해야 한다. 호기심 많은 인도인의 눈에 띄기라도 하는 날에는 편히 잠자기는 포기해야한다. '어디서 왔냐, 어디 가냐, 왜 왔냐, 직업은 뭐냐, 자전거는 얼마냐 등'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고,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은 양반. 여기저기 만져보고 기어를 바꿔놓는 사람들도 많고, 정말 피곤해서 쉬고있어도 끊임없이 말을 건다. 힌디 모른다고 버티면 어느 새 다른 녀석이 와서 영어-힌디간 통역해주고 있다. 어느 새 몰려든 구경꾼들. 어떨 때는 상대하기 정말 피곤하다.

  텐트를 치고는 샤워(군대에서 익힌 가장 유용한 기술-물티슈 2장이면 샤워 가능) 후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평균속도 19.1km/h, 주행거리 93.15km, 누적거리 632km)

  다음 날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사고광경을 목격했다. 내가 막 지나온 길에 트럭과 오토바이의 충돌.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작정 좌회전하며 끼어든 트럭이 오토바이를 친 것이다. 인도인들은 사이드미러를 접고 다니거나 심지어는 아예 없는 차도 많다. 운전문화도 한마디로 고약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오토바이를 탄 청년은 크게 다치지 않은 듯 했고, 상황은 정리되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모습. 더욱 조심하며 달려야겠다.가벼운 접촉사고라서 다행이었다.

  주행 중 교회 발견, 종교의 나라 인도에서 힌두교나 회교 사원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교회는 쉽게 보기 힘들다. 잠시 구경하고 다시 달린다.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사원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

  이 날 가슴아픈 소식을 들었다. 함께 근무하던 전우 이지훈 하사(부 325기)가 위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것. 누구나 죽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은 20대의 젊은 청년이기에 더 놀라웠고, 더 슬펐다. 그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는 항상 나를 믿어주고 나를 따랐는데 나는 그의 마지막도 지키지 못하는구나. 머릿속이 복잡하다. 좀 더 가다보니 공동묘지가 나와서 더 울적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하길……화장만 하는 줄 알았는데 묘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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