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보는 동트는 모습은 장관이다.
하룻밤 잘 보내고 다시 출발 준비한다. 막 출발하려는 찰나 스포크 하나가 또 부러졌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처음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스포크 끝을 구부려 다시 걸고 출발. 그나저나 이런 임시방편 말고 빨리 스포크를 구입해야 하는데…….
주행길은 여전히 좋지 않고, 극성스레 경적을 울리며 역주행하는 차들은 언제나 신경 쓰이게 만든다.이젠 놀랍지도 않은 역주행
한참 가니 큰 표지판이 나온다. 뭔가 보니 Inter State Integration Check Post. 지도를 보니 아. 여기가 주의 경계였다. 드디어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주를 벗어나 마댜 프라데시(Madhya Pradesh)주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제 인도 중부. 서천축을 거쳐 중천축인가?마하라슈트라-마댜 프라데시 주 경계 앞에서
마댜 프라데시 주로 진입하자 풍경이 많이 바뀐다. '누런' 황무지밖에 없었던 마하라슈트라에 비해, '녹색' 들판도 있고, 수량이 풍부한 강도 보인다. 무엇보다 덥지 않다. 녹색 들판을 보는건 기분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텐트칠 곳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오랜만에 보는 푸른 들판건기에 오랜만에 보는 '강' 다운 강강위에는 보트도 한 척
길 가다 자전거 가게가 있어서 큰 기대없이 스포크를 물어봤는데, 대충 맞아 보이는걸 보여준다. 하나 1루피. 20개를 샀다. 스포크 구입하고 얼마 안되어 다시 스포크가 부러진다. 살펴보니 아침에 부러졌던 두번째 녀석이다. 갈고리 끝이 더이상 못버틴 것. 마치 '이제 내 소임은 끝났소'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래도 예비 스포크가 있어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튼튼한 순정품에 비하면 엿가락처럼 휘어진다. 이걸로 바꾸어도 힘은 못받겠다. 사람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스포크 교체하는 내 옆에 몰려들어있다. '제발, 도와줄 거 아니면, 가시던 길 가세요'
스포크가 조금 긴 듯한데 끝까지 밀어넣고 보니 갑자기 바퀴 바람이 빠진다. '조금' 길었던 바퀴살을 끝까지 밀어넣다보니 끝부분이 튜브를 찢은 것이다. '아, 산 넘어 산이구나'검정 바퀴살 사이로 나온 은색 하나는 치아에 은을 씌운것 같기도 하고, 새치같기도 하여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이제 펑크수리까지 한다. 펑크는 때웠는데, 스포크는 어쩐다? 한참 정비하는데 어떤 친구가 나타났다. 자신을 아제라고 소개한 그는 기계공학 전공했다면서 펜치를 가져와서 조금 긴 스포크를 끊어 줬다. 힘은 제대로 못 받겠지만, 어쨌든 아제의 도움을 받아 대강 수리를 마치고 가려는데 아제가 잡는다. 집에 들렀다 가라고 한다. 바쁘다고 거절해도 부모님께도 말씀드려 놨다고 한다. 해가 뉘였뉘였 지고 있어 마음이 급했지만 잠시 들리기로 했다.
이미 아제의 동네 주민들이 다 구경나와 있다. 쭉 길따라 서있는게 높은분 방문할때 도열한것 같기도 하다. 아제의 집에서 조부모님, 부모님과 인사하고 짜이와 비스켓을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났다. 사실 어두우니, 원하면 하룻밤 자고 가라고 했지만 좁은 집의 많은 가족들을 볼 때, 나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참, 경상북도 사투리로 아저씨(삼촌)가 '아제'이다. 아제는 마치 '아제'처럼 친근하게 대해줬다.아제의 가족들과. 제일 우측 안경쓴 친구가 아제
아제는 부르한푸르(Burhanpur)는 15km 떨어져 있으며, Hotel Panchvati가 저렴하고 괜찮으므로 그쪽으로 가라고 한다. 약 2km여를 배웅하고서야 돌아가는 아제. 그의 친절이 참 고마웠다. 그가 아니었으면 스포크 정비도 못했겠지.
조금 늦기는 했지만, Burhanpur에 도착.(1월 20일 주행거리 57.21km, 누적거리 1065km). 호텔비는 300루피로 마하라슈트라에 비해 저렴했다. 여장을 풀고 빨래를 하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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