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쉬 게스트하우스를 베이스 캠프 삼아 모든 짐을 맡겨놓고 인도르(Indore)로 향했다. 이번에는 버스타고 인도르로. 예상대로 옴카레슈와르에서는 내 자전거에 맞는 스포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이클리 사장님께 SOS를 청한 결과 카톡으로 친절하게 상담을 해 주셨고, 뒷바퀴의 스포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가적으로 하중 분산을 위해서 핸들바 가방이나 앞 페니어가 있으면 그것도 구입해야지. 뒷바퀴만 하나 떼 들고 버스에 올랐다.
옴카레슈와르-인도르 행 버스는 70루피. 거리는 약 80km, 3번 쉬어간다고 하는데 소요시간이 3시간이란다. 1시간 반이면 충분하지 않나? 출발 전 버스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창문 사이로 원숭이가 뛰어들어 승객이 먹고 있던 포도를 훔쳐가기도 하고, 버스에서 담배피우는 아저씨.
3시간의 의문은 금세 풀렸다. 정식 정류장이 3개일 뿐, 아무데서나 내리고, 아무데서나 승객이 보이면 태운다. 또, 버스 문을 열고 주행하므로, 저속일때 그냥 올라타는 사람 뛰어내리는 사람. 차장은 계속 왔다갔다하며 중간에 탄 사람에게 돈을 받고 있다. 기차도 그랬지만, 인도의 대중교통은 언제나 충격의 연속이다.사람들이 매달려 다니는 인도의 기차
버스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이유는 경적소리 때문이었다. 마치 엑셀레이터에 경적을 연결한듯 쉬지 않고 울리는 경적소리는 차 밖에서 들을때도 고역이었지만, 시끄럽기는 차 안에서 더했다.
여기서 인도의 교통문화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인도는 기본적으로 차량이 보행자보다 우선이다. 방향지시등(속칭 깜박이)을 사용하는 차는 거의 손에 꼽을 수준이며, 사이드밀러가 없는 차량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얼굴을 빼고 뒤를 보며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특히 오토바이). 이런 상황에서 앞 차나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경적이다. 오죽하면, 차량 뒤에 Please OK Horn이나, Blow Horn 같은 문구를 써붙이고 다닌다. 즉, 경적을 울리는건 상대에 대한 '배려'인 것이었다.이런 클래식카도 달린다. 사이드미러를 기대하는가?급수차 뒤에도 Horn OK Please 경적을 울려 주세요~
하지만, 배려는 딱 거기까지, 경적은 울리지만 속도는 줄이지 않고 달린다. 게다가 역주행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므로 역주행자는 더욱 경적을 자주, 세게 울린다. '난 반대로 가고 있으니 조심해서 피해가세요' 게다가 차량마다 경적을 튜닝하여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킨다. 거기다 버스던, 릭샤던, 자가용이던 길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보거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경적을 울려 자신을 알린 후, 급정차하여 자기 용무를 본다. 물론 차선 바깥쪽으로 차를 빼는 행동 따위는 별로 없다.
문제 하나. 아래의 도로는 몇차선일까요?정답: 1차선. 중앙선 외에는 차선 표시 자체가 없다. 물론 중앙선 넘는것도 예사지만.
처음에 이런 교통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는 나한테 시비거는 줄로 알았다.
나 : Hey, baby. Where have you seen? Look ahead straight! (삿대질과 함께)Are your eyes decoration?
(의도 : 이 xx야. 어딜보고다녀? 앞에 똑바로 봐. 그 눈x는 장식품이냐?)
그 : (내가 화가 났을거란 생각조차 못함). Hi, it's religion.(아마 이마에 찍은 붉은 점을 물어보는줄 안 듯.)
(내 해석 : 안녕. 내 눈은 장식품이 아니라 종교적이야)
나 : What a little guy. Are you kidding with me?
(의도 : 이런 x 만한 xx가. 너 나랑 장난하냐?)
그 : (여전히 싱글벙글) No. I'm taller than you. You are kidding.
(내 해석 : x만한건 너다. 니가 장난하냐?)
나 : Why is here such crazy guy? Go to your way!
(의도 : 뭐 이런 미친xx가 다있어. 꺼져)
그 : Which country?[위치 깐뜨리] (시골마을에서 국적을 물을때 80%는 위치 컨트리다. Where are you from?은 거의 안통한다. 난 당시 잘못 이해했지만)
(내 해석 : 어느나라로 꺼져?)
나 : Are you mad? India! Your country. You've already known.
(의도 : 너 제정신이냐? 니네 나라 인도지)
그 : No. You're not an Indian. Japan?[자빤?] Your name? (아직도 상황 파악 못함. 내 신상캐기에 주력)
(내 해석 : 너는 인도사람 아니다. 일본이냐? 이름은 뭐냐?)
나 : Why do you want to know my name? Get away!
(내 의도 : 알아서 뭐하게? 꺼져)
그 : 게러웨! Nice to meet you.(악수요청 손 내민다)
내가 게러웨? 내 발음이 문제인가? 여전히 상황파악 못하고 싱글벙글 하는데 더 이상 화낼수도 없다. 난 상당히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고 생각했)지만, 서로의 짧은 영어와 발음앞에 액션극이 희극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또, 중간에 이성이 돌아와서 여기서 싸우면 때려도 맞아도 나만 손해라는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좋게 헤어졌다. 이렇게 까지 화를 낸건 단, 한번이었지만, 전혀 악의없이 경적을 울려대고, 나를 보며 달리는 운전자들로 인해 아찔한 순간이 여러번이었다. 어쩌겠나. 다 그들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밖에.
신기한건 밤이 되면 경적도 덜 울리고 상당히 조용해진다.
잠자는 사람들에 배려? 그딴건 물론 아니다. 상향등(일명 '쌍라이트')을 켜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잘 달리다가 갑자기 상향등을 켜거나 상향등을 깜박깜박 하면서 달리면, 순간 시력을 잃기 때문에 정말 위험하다. 야간사격 할때처럼 마주오는 차가 보이면 한쪽눈을 감아도 보고, 아예 야간에도 선글라스를 써 보기도 했으나, 결론은 '야간에는 다니지 않는것이 상책이다.'
이것도 가로등이 거의 없는 도로와, 전조등이 없는 오토바이들을 고려하면 배려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고 조장일 뿐이다. 내가 인도의 도시를 싫어하는 이유도 역시 교통문화 때문이다. 아무튼, 인도의 교통을 체험하면, 러시아워의 지하철 2호선도, 강남대로의 교통정체도 드라이브로 즐길 수 있다. 사람, 우마차, 오토바이, 릭샤, 자동차들이 만들어내는 지옥같은 인도의 교통체증+소음
엄청난 소음공해 속에 도착한 신흥 상업도시 인도르. 사전 구글에서 검색해 놓은 역 뒤편의 Cycle World로 향했다. 역 주변은 딱 10년전의 용산전자상가 분위기였다.터미널상가 계단과 흡사한 모습
터미널 상가와 같은 역 주변, 나진상가, 선인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역 뒤편 등. 하지만, 전자상가 뿐만 아니라, 펌프, 기계, 자전거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대규모의 자전거 상가를 보면서 필요한 부품을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가게마다 나에게 맞는 부품은 없다.
결국 Cycle World에서(어디선가 구해 온) 같은 규격 700림 바퀴에 달려있던 스포크 전체를 모두 구입하기로 했다.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이었으나 취급점이 없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스포크 36개 500루피. 길에서 샀으면 36루피다). 그나마 내일 오라고 한다. 기술자(Technician)가 쉬는 날이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당장 팔것처럼 흥정해놓고서.'
내가 직접 바꿀테니 연장도 팔라고 하자, 여기저기 전화를 한 끝에 다른 건물을 알려줬다. 용산과 비슷한 점 또 한가지, 자기 가게에 물건이 없어도 다른데서 떼와서 파는 구조. 심지어는 기술자도 타 가게에서 빌린다.
찾아간 곳은 조립만 전문으로 하는 작업장이었다. 테크니션 이라는 친구는 이런 자전거의 스프라켓 분해를 처음 해보는지 반대쪽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화장실 다녀온 사이, 베어링까지 다 빼버렸다. 결국, 인터넷 뒤져 내가 분해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스프라켓 분해 이후에는 '테크니션'이라는 이름답게 능숙하게 스포크를 교환하고, 베어링도 원위치 해놓았다. 휠 얼라인먼트도 정밀하게 잡아주고.
그런데, 원래 내 휠은 스포크 32개짜리, 새로 바꾼건 36개짜리. 32개만 쓰고 4개는 예비로. 아무래도 조금 약할 듯 싶기도 하고, 스포크 굵기는 1루피짜리와는 비교도 안되었지만, 원래 내 것에 비하면 가늘고 낭창낭창하다.인디언 테크니션. 한국에서는 메카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듯.
우여곡절 끝에 스포크를 다 교체하고, 근처 상가에서 예비 체인과 스패너, 본드까지 구입하고 다시 복귀길에 올랐다.나진상가 분위기를 내는 수리부속 전문점
인도르 상가는 자전거 고장으로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내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서린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하여 더욱 정이가는 곳이었다.
활기찬 분위기와 호객꾼들. '삐끼' 형들을 대비하여 비상금을 신발 깔창에 넣고 다녔던 기억, OECD 가입 축하 현수막. 신용산역에서 선인상가 방향 지하도의 불법복제 CD 업자들. 늘 먹고 싶었던 터미널 상가 3층의 삶은계란까지. 옛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데, 터미널에서는 옴카레슈와르 가는 차가 다 끊겼다고 한다. 이를 어쩐다.한국의 여느 터미널과 다를 바 없는 인도르 버스 터미널
결국 다른 버스를 타고, 10~15km 떨어진 옴카레슈와르 로드에 내린 후,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잡아 야간할증 택시비를 내고 간신히 숙소로 복귀했다. 그래도 인도르에서 자는것보다는 저렴하니까.
그나저나 모르는게 약이라고 했던가. 버스를 이용한 지형정찰 결과! 인도르 가는길은 약 30km정도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이다. 첫날 코스보다 더 한듯. 에구, 저 산을 또 어찌 넘을까.
'인도(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5. 다시 출발. Omkareshwar를 떠나며 (2) | 2013.02.02 |
---|---|
023. 옴카레슈와르에서의 부끄러움 (0) | 2013.01.29 |
021. 선택의 기로에 서다. 그리고 스콧과 섀클턴 (4) | 2013.01.26 |
020. Madhya Pradesh주 진입! (6) | 2013.01.25 |
019. Jaudary씨와의 만남과 1,000km 돌파 (0) | 2013.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