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지났을까? 자다 깨 보니 터키 이스탄불 사비하 굑첸(Sabiha Gökçen) 공항에 도착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짐 나오기도 전에 수화물 창구 도착>
입국 심사를 첫번째로 받고 수화물을 찾기 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자전거를 넣은 가방 한 쪽 모퉁이가 찢어져 있는게 아닌가? 앞 포크 끝부분이 드러나버렸지만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
<결국 가방은 찢어졌지만 포크는 무사했다>
그래도 혹시나 만원짜리라도 한 장 보상받을까 해서 클레임 창구로 갔다. 결국 A4 한장을 받았을 뿐 아무 소득은 없었다.
<결국은 말뿐인 쪽지 한장>
사비하 굑첸 공항은 트롤리가 유료였다. 1달러 혹은 2터키리라를 요구한다. 공항만 빠져나가면 되지만 도저히 들고 다닐 무게와 부피가 아니므로 어쩔 수 없이 1달러를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새벽 2시인데, 공항에는 아무도 자는 사람이 없다. 공항 노숙을 많이 들어봤는데 다 어디에 숨어있는걸까? 결국 공항 밖으로 나와서 주차장 한켠 으슥한 곳에 자리를 깔았다. 터키의 첫날밤도 노숙으로 시작이다.
<터키의 첫 숙소-짱박히기의 달인>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고 꽤 쌀쌀한 것이 아닌가? 결국 귀찮았지만 짐을 풀고 판초우의를 꺼내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못 잘 정도도 아니고, UAE에서 더위에 지쳐서 오히려 시원한 날씨가 좋았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7월 18일. 터키에서의 첫번째 주행이다. 그리고 오늘은 유럽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멀리 보이는 사비하 굑첸 공항>
터키는 97%가 아시아에, 3%가 유럽에 속해 있으며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도시이다. 한강이 강남과 강북을 나누는 것 처럼, 이스탄불은 보소포러스 해협에 의해 아시아와 유럽이 나누어지고 있었다.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진 이스탄불>
우선 이스탄불의 유럽지구를 향해 출발
날씨는 맑았고, 솔솔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달리는데 최적의 날씨였다. 특히 새하얀 뭉게구름이 바람에 날리는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스탄불의 구름>
아랍 에미레이트에서 구름을 봤던가? 얼마만에 본 구름인지 모르겠다. 구름에 반해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휴게소에 들려 간단하게 식사도 해결하고, 다시 주행하는데 저 멀리 모스크가 보인다. 인도나 아랍에서 본 모스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아야 소피아(Aya Sofya)와 닮은 모스크.
<터키식 모스크 등장>
사실 터키는 예전에 한 번 와본적이 있는 나라다.
대학시절, 모교(국립목포해양대학교)의 해외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자금을 지원받았고, 당시 시오노 나나미의 모든 저서에 빠져있던 나는 책속의 무대를 찾아 남유럽과 터키를 여행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도 참 고마운 기억이었고, 어쩌면 경험이 있었기에 겁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가 2006년 2월이었으니 7년 반 만에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처음 온 사비하 굑첸 공항에서도, 도로에서도 터키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저 이름모를 모스크를 보면서 비로소 내가 터키에 왔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잘 닦인 터키의 도로>
2006년 3월 2일. 아타투르크(Atatrük) 국제공항을 이용, 귀국 후, 3월 14일에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대했다. 배낭여행 중, 수시로 달라지던 환경이 낯설었지만, 가장 낯설었던 건 포항이었다. 덕분에 사관후보생 시절도 새로운 나라에서 여행을 하던 기분이었다.
물론 간밤에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아플 정도로 강하던 소화전 물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던 바닷물 덕분에 기합이 빠질 우려는 없었다.
<오랜만에 떠올리는 그 시절>
하지만, 가끔씩 떠오르던 터키의 기억, 그리고 내가 다시 이 땅을 밟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7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터키에 서 있는 것이다. 길가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그 동안의 기억을 떠올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마침내 유스큐다르(Üsküdar). 터키의 아시아쪽 항구에 도착했다. 유럽으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도 되고, 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보소포러스 해협의 바다내음을 맡고 싶어서 일단 선착장으로 향했다.
<유스큐다르 선착장><정박해 있던 페리>
페리를 이용하여 아시아로 가는 비용은 3리라.(약 1,800원) 자전거는 추가요금 없이 실을 수 있었다.
페리에 몸을 맡기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데, 어느 새 눈에 익은 건물들이 보인다.
<아아. 터키구나>
사람의 기억이란 참 묘하다. 방금 전에 외운 영어단어는 헷갈리는데, 90개월 전에 잠시 머물렀던 곳이 마치 얼마전에 있었던 곳처럼 선명히 기억이 나다니.
<페리에서 Wing과 함께><금각만 곁의 갈라타 탑><갈라타 탑과 갈라타 다리>
수많은 낚싯대가 드리워진 갈라타 다리를 지나 에미노뉴(Eminönü) 선착장에 내렸다. 어디선가 나는 고등어 굽는 냄새. 바로 달려가 고등어 케밥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예전에 묵었던 숙소로 가기로 했다.
<어느새 나타난 예니 자미>
트램 길만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이스탄불을 더 돌고 싶어서 해안도로를 따라 거꾸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오르막길을 낑낑대며 올라가는데 옆에 '천기와'라는 한식당이 보인다.
'어라? 이스탄불에 한식당이 있었나?'
어차피 비싼 한식당은 내가 갈 곳이 아니므로 지나치려는데 사모님이 서 계셨다. 한국인이 반가워서 인사드렸더니 근처의 신밧드라는 숙소를 추천해 주시며, 식당도 한번 들르라는 것. 일단 목적지도 있고, 식사도 했으니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오르막길 주행 시작.
<술탄 아흐멧 지구를 도는 해안 도로>
다시 익숙한 광경이다. 히포드롬(Hippodrome) 광장의 오벨리스크가 보이는가 싶더니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가 나타났다.
<오벨리스크가 서 있던 히포드롬 광장>
그리고, 거짓말처럼 7년 전 그 위치에 그대로 있던 동양 호스텔에 체크인 함으로써 이스탄불 생활이 시작되었다.
<도미토리에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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