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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128. 사라예보! 산(山)Ra예보? 자리에 누웠는데 밖이 소란스러운데 사람 같지는 않다. '뭐야? 진짜 귀신이라도 나타났나? 지가 귀신이면 귀신이지 왜 내 잠을 방해하는거야?' 밖을 확인해 보니 여러마리 말이 풀을 뜯고 있다. 가만 보니 말에는 고삐도 없다. 누가 키우는 말이라면 밤에 저렇게 풀어놓지는 않을텐데……. 그럼 야생마 가족? 그런데 말이 야행성이었나? 왜 밤에 돌아다니지? 알아들을 리 만무하지만 말떼를 향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다시 잠을 청한다. 다른데로 간건지 신기하게도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말은 온데간데 없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흠. 말귀신이었나? 아무렴 어때? 나는 내 갈길을 가야지. 전날 마지막에 오르막을 오른 덕분에 시작부터 수월한 내리막이다. 날씨도 좋아서 더할 나위 .. 더보기
127. 공동묘지 곁의 하룻밤 트레비녜(Trebinje)를 떠나자 계속해서 산길이 이어진다. 마을은 거의 없다. 나라에 비해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것 같다. 전쟁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시골이라 그런 것일까? 주위에 보이는 산은 주로 바위산이다. 그 바위 틈 사이로는 작은 풀부터 나무까지 자라고 있었다. 경사가 험한건 아니지만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니 금세 지친다. 그래도 이정도 도로가 있는것에 대해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달리다 보니 바위도 모양이 다 다르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바위가 겹겹이 쌓인 협곡이었다. 어쩐지 삼국지의 손견이 죽은 골짜기가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은 곳이다. 괜시리 매복이 있을까 주위를 돌아본다. 출발한지 20km가량 지났을까? 큰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 둘레를 따라 10km 이상 달렸으나 호수는 끝날줄을 모른다.. 더보기
126. 고즈넉한 트레비녜와 혼란스런 스릅스카 공화국 언덕 위에 위치한 Ivanica 국경을 통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진입했다. 국경은 매우 초라했다. 국경만은 그럴듯 했던 알바니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만난 국경 중 가장 허술해 보인다. 검문소 직원은 심심했던지,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통행도 거의 없다.  국경을 넘어 가게에서 빵 하나로 식사. BiH가 물가가 더 저렴하다기에 기다려 온 참이다. 역시 예상대로 크로아티아보다 싼 물가가 마음에 든다. 사람들도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게 크로아티아보다 더 친절해 보인다.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출발. 길은 산길인데 왼쪽은 회색빛 바위산이고, 우측 절벽 아래로는 크로아티아가 내려다 보인다.  게다가 도로 상태도 좋지 않고, 가드레일은 녹이 잔.. 더보기
125. 노마드 박주하 선생님과의 만남 4박 5일간 편히 머물렀던 마르코의 집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 처음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위험하다는 선입견도 있고, 경로 또한 복잡해지기에 생략하려고 생각했다. 얼마 전 BIH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르코의 집에 함께 묵었던 Jack이 BIH를 추천했다. Jack은 얼마 전 버스로 BIH의 수도 사라예보(Sarajevo)에 다녀왔다. 사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가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에서 뚝 떨어져 있기에 어디로 가든 BIH를 경유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크로아티아보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에 바로 BIH행을 결심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씨가 우중충한게 또다시 비가 내릴 것 같았.. 더보기
124.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위치도 애매한 미쿨리치(Mikulići) 자연공원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마케도니아의 보얀의 추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를 가기 위해서였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린다는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Croatia) 최고의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라고 한다. 반면 두브로브니크의 숙박비는 매우 비싸서 쉽게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동격실(도미토리)도 최소 2만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한편 두브로브니크 근처의 다른 호스트와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선택지는 마르코의 집 밖에 없었다. 미쿨리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35km가량 이격되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루에 왕복 할 만한 거리다. 두브로브니크를 빨리 보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굵은 비 때문에 하루.. 더보기
123. 마르코와의 만남과 화해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비는 며칠간 이어졌다. 맑았던 하루를 이용해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다녀온 외에는 꼼짝없이 마르코의 집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인적없는 외딴 곳. 컨테이너로 만든 듯한 그의 집과 사무실 벽은 티토(Tito), 체 게바라 등의 사진과 구 유고슬라비아(Yugoslavia)의 각종 포스터, 그림액자로 가득하다. 찬장 속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한 장 숨겨져 있었다. 켜진 불은 식탁 위 작은 전구 하나 뿐이다. TV는 없고, 작은 라디오 한대를 틀어놓고 있다. 양동이를 받혀 놓은 재래식 화장실은 용변 후 톱밥으로 덮게 되어있다. 더 놀라운건 이 집은 4개월동안 직접 지은 것이었고, 뒷동산에는 진입로를 내고 캠핑장과 골프연습시설, 휴양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어이없게도 그.. 더보기
122. 썩 반갑지 않은 크로아티아의 첫모습 중립지대가 꽤 길다. 몬테네그로(Montenegro) 국경을 빠져나온지 한참이 지났는데 주위에는 산 뿐이다. 어느나라의 영토도 아닌 곳. 문득 여기서 캠핑해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잘못하면 스파이로 몰리려나? 음. 여기에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느 나라의 경찰도 건드리지 않을 것 같긴 한데…….' 해가 지고있으면 실행에 옮겼겠지만 아직은 한참 더 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몬테네그로를 빠져나온 후 거의 2km가량 산길이 이어졌고 정상 부근에 드디어 멀리 국경이 보인다. 그보다 먼저 나타난 표지판은 여기부터 다시 유럽 연합(EU)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크로아티아(Croatia)로 부르지만 이 근처에서는 대부분 크로에이시아라고 발음한다. 현지에서는 흐르바츠카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 더보기
121. 몬테네그로=코토르 날은 잠시 개는 듯 했으나 금세 흐려지고 비가 쏟아진다. 간만에 우리말을 쓰면서 많은 대화를 했던 경호형님은 크로아티아로 떠났고, 나는 비를 핑계삼아 코토르(Kotor)에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다행히 숙박비가 저렴한 편이라 그나마 부담은 덜하다. 코토르의 마지막 날에는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 Jean Claude Badoux를 만났다. Jean은 부드바(Budva)를 거쳐 알바니아로 향할 예정이지만 비가 많이와서 자전거도 정비할 겸 하루 쉬어간다고 한다. 함께 달릴 수 있으려나 기대를 했으나 이 친구 역시 나와 경로가 반대다. 이 친구는 자전거도 좋고, 장비 하나하나 매우 좋은 제품이다. 특히 완전 방수되는 트렁크백은 참 마음에 든다. 나는 침낭과 겨울 자켓을 배낭에 넣고 다니는데 배낭커버 방수능력도.. 더보기
120. 깨끗하고 아름다운 코토르 코토르(Kotor)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코토르 항이었다. 비가 막 그친 코토르항. 건너편 산에는 구름이 양털처럼 피어오르며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경호형님과 함께 코토르 시내 탐사를 나섰다. 코토르 역시 부드바(Budv)처럼 성벽 안에 Stari Grad(구 시가지)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부드바와 비슷하지만 골목길이나 중간중간 나타나는 광장은 훨씬 넓다. Stari Grad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교회가 참 많다. 코소보부터 시작되어 몬테네그로까지 계속 나타나던 모스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정교회(Orthodox)는 물론이고 가톨릭(Catholic) 성당도 흔하다.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완충지대로 동서 교회의 영향을 함께 받은.. 더보기
119. 성벽도시 부드바와 코토르 그동안 많은 도시에서 성벽과 요새를 보았지만 대부분 폐허나 유적지일 뿐 실제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 부드바(Budva)는 예외였다. 해안가에 설치된 성 내부의 Stari Grad(구 시가지)는 핵심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여전한 삶의 현장이었다. 아마 예전에는 항구를 방어하고, 주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으리라. Stari Grad는 미로를 방불케 하고 있었으며, 건물 사이로 아주 좁은 도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차량 진입은 불가능하지만 바닥이 대리석으로 울퉁불퉁하게 포장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는 좋지 않았다. 특히 전날 늦게 부드바에 도착하여 불마저 다 꺼져 있어서 호스텔을 찾는것도 쉽지 않았다. Montenegro Hostel Budva는 수많은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은 시즌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