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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Preparation)

001. 자전거 여행을 결심하다.

  2012년 6월 30일.

  길고도 짧았던 6년 3개월여의 군생활을 마쳤다. 어린시절 이순신 장군의 전기를 읽고부터 막연하게 군인의 길을 동경하였고, 대학교에서는 구체적으로 군인의 길을 준비해왔다. 가끔 힘들때도 있었으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따라서 전역을 결심하고서도 계속해서 내 선택에 대해 망설일수 밖에 없었고, 전역 신고를 하면서 후련함이 아니라 뭐라 말할 수 없는 아쉬움과 상실감이 더 컸다.

  민간인으로 돌아왔으나 바로 귀가하지 않았다. 2주간 병원 신세를 지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전역 당시 겉보기와는 달리 몸상태가 엉망이었다.

  어쨌든 6년…….

  군생활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조직 생활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출근하려 와이셔츠를 입고 구두를 신는것처럼 내게는 전투복과 워커가 당연했다. 내게 가장 익숙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제 무슨 일을 해야할까?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대부분 사회로의 복귀를 앞두고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며 전역을 손꼽아 기다리겠지만, 오히려 나는 목표를 잃어버렸다. 남들은 고등학교~대학교때 마쳤을 진로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퇴원 후 대청도라는 섬에 들어갔다. 명분은 아르바이트였으나 주 목적은 재활훈련이었다. 퇴원직후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것도 힘들었으나, 약 한달 후 섬을 나올 때에는 대청도 구보 일주가 가능해져 있었다.

북한이 더 가까운 대청도 위치. 인천연안부두에서 4시간 이상 소요된다.(Google 지도를 사용하였습니다)

재활훈련 최적의 장소였던 사탄동 해변

  그리고 무작정 자전거 여행을 결심했다!

  아마 무엇보다 힘든 도전이 될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게다가 내 무릎 상태로!

  두려움도 컸다. 몸 상태에 자신도 없었지만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은 정신적 두려움이었다. 친구들은 결혼은 물론이고 아이도 있는데……. 취업은 언제, 어떻게 하지? 갔다오면 너무 늦지 않을까? 돈과 시간만 버리는게 아닐까?

  그리고 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 여행일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멘토는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레토(http://eletto02.tistory.com)님이다. 사실 자전거 여행을 한 사람도 많고, 일부는 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블로그로 네티즌과 소통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해봤지만 대부분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다 형편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아니겠어?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영어도 더 잘하고, 체력적으로도 나보다 좋은데'

  하지만 레토-용준이는 다르다. 내 고등학교 동기… 3년간 함께 매트위에서 구르던 녀석! 그 친구도 많은 것을 뒤로한채 떠났다. 그의 고민이 아마 나보다 작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상에서도, 섬에서도 용준이의 홈페이지를 뒤적이면서 용기를 얻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좀 더 많은것을 보고 오자. 각각 다른 삶의 방식들을 보며, 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자. 그동안 기숙사, 군 생활을 거치면서 항상 사람들과 함께 했다. 언제나 3보 내에 누군가 있었다. 아마 철저히 외로워질것이다. 그래 내 삶은 어차피 내가 사는것이 아닌가. 내 삶의 의미와 목표를 다시 찾아보자! 그리고 내 무릎과 내 의지에도 도전해보자!

  누군가 왜 가냐고 물으면 나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내 행동에 조금이나마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11~12 두달간의 어학연수를 계획했다. 길지는 않지만, 이 시간은 길 위에서의 소통을 도울 것이다. 이후 2013년부터는 인도를 시작으로 자전거 여행을 할 것이다.

  아직 목적지도 미정이고 계획도 없다. 그냥 발길 가는대로 아니, 바퀴 굴러가는대로 갈것이다.삶의 의미를 찾아서~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도전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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