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를 인도로 정했다.
사실 인도에 대해 아는것도 없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인도의 이미지 - 4대문명과 불교의 발상지, 손오공과 혜초스님이 간 곳, 힌두교와 요가, 카레, 카스트 제도, 길에 소가 있으면 차가 피해다닌다는 나라, 타지마할, 영국 식민지, 물레 돌리는 간디, 6.25 당시 의료지원국, 핵 보유국, 최근에는 IT강국 이게 내가 인도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인도'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게임의 영향으로 내 머릿속의 인도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이정도의 지식으로 떠나는게 우습지만, 인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11월~내년 1월 정도면 레토를 만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인도에서 시작하면 레토의 1년을 건너뛰는 셈이다. 무엇으로 보나 어설픈 이유와 애매한 목표이다.
여행을 위해, 우선 자전거를 구입했고(자전거는 2005년 내게 최고의 명예를 안겨줬던 배의 이름을 따라 Wing으로 명명했다), 여권을 만들고, 유학원을 통해 인도의 영어학원을 등록하고, 비자도 신청했다. 뜻하지 않은 장점은, 학원에 등록하면서 덕분에 관광비자보다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학생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Tip. 인도 관광비자는 6개월간 유효하며, 한번에 최대 3개월까지 체류 가능하고, 출국하면 2개월 후에 다시 들어올 수 있다. 즉 최대 4개월까지 체류 가능. 반면, 학생비자는 유효기간 내 입출국 자유)
인도 학생비자.(STUDENT / MULTIPLE)
비행기표를 구입하면서 최대한 저렴하고, 수하물 용량이 큰 것으로 고르다 보니 말레이시아 항공을 선택했다. 인천-인도 뭄바이 편도이며, 무료 스탑오버가 가능하여 중간에 말레이시아에 4일간 체류하기로 했다. 짐은 기내반입 7kg + 수화물 25kg 대충 여유있는것 같다.
그러나 출발이 다가올수록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보다는 아쉬움과 미루고 싶은 기분이 더 커졌다. 10년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먹을 수 있고, 원할 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 또한 부모님께 효도한번 못하고선 다시 떠나는게 너무 죄송했고, 정든 친구들과의 만남을 버리고 헤어지기 싫었다. 게다가 나를 걱정하는 친구들을 만날때면 과연 내 선택이 잘 한건지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감정 때문에 정작 필요한 출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부족한 부분은 인도에 대한 배경지식이며, 그 흔한 인터넷 까페조차 가입하지 않아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블로그도 만들 생각조차 안하다가 현지에서 개설한 것만 봐도 나타나지 않는가!
어쨌든 하루하루 지나 어느덧 출국하게 되었다. 도와주신 분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이 자리를 통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신 몇분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 불의의 사고로 투병중인 15년지기 전성재가 헬멧을 협찬해 줌.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귀국하면 고기산다는 약속 지켜라.
- 군대 1년 후배. 김태형 형님이 가이드북 / 420루피 / 인도생활 경험담 전수해 줌.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성내동 바이클리(http://bikely.co.kr/)에서 더글러스 사장님과 직원 일동. 좋은 자전거를 추천해주고 정비기술도 알려주셨으며, 특히 이런 멋진 투어링 캔버스와 깃발을 선물해주셨다.
투어링 캔버스를 들고 바이클리 매장에서 한컷.
- 운동을 통한 재활(특히 스포츠 부상) 전문가 - 수많은 프로선수들을 재기시켜 준 RC스포츠 최석규 실장님. 무릎상태를 꼼꼼히 체크해주고, 출발 하루 전날엔 최신 장비를 이용하여 자신감을 실어주었다. 이런 서비스를 받고 출발한 자전거 여행자는 드물 듯.
특히 페달 밟을때 좌우 밸런스 차이가 많이 난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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