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도(India)

023. 옴카레슈와르에서의 부끄러움

  1월 23일. 마침내 옴카레슈와르에 도착. 가네쉬 게스트하우스에 몸을 맡겼다.

  인도는 xx장 수준밖에 안되는 숙박업소도 호텔이고, 분식집같은 식당도 레스토랑인데 왜 굳이 호텔 대신 게스트하우스라는 명칭을 사용했을까? 이유는. '편의시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객실과, 하루에도 수차례 단수, 정전이 되는 곳, 도저히 호텔이라고 부를수가 없는 곳이었다. 한국은 전력난때 국가재난급으로 관리했었지? 하긴, 대통령을 '쥐'라고 부르는 버르장머리 없는 나라와, '쥐'를 신에 준해서 모시는 나라가 같은게 더 이상하겠지.

  하지만 100루피의 저렴한 가격은 최고의 매력, 게다가 영어가 잘 통하는 친절한 스텝들, 훌륭한 경관은 나를 이곳에 오래 체류하게 만들었다.

  옴카레슈와르는 Narmada 강을 끼고 있는 도시로 중간에는 조그만 섬이 위치해 있다. 뚝섬 정도 되려나? 전경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단점은 모기가 많고, 제법 쌀쌀하다는 것. 그리고, 강변이라 지대가 낮은 것.(여기 탈출하려면 오르막길에 고생 깨나 할 듯 하다.)

  힌두교도들은 일년에 한차례씩 성지순례를 한다는데, 이곳은 힌두교 성지 중 하나다.  힌두 사원-시리 옴까르 만다따(Shri Omkar Mandhata)부터 가보기로 했다.시장은 여느 마을과 다를바 없다.

  강을 건너는 뱃삯은 10루피. 헤엄쳐서도 건널 수 있겠다 싶었지만, 도저히 입수하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인도는 어디나 조금 떨어져서 보면 참 괜찮은데, 가까이서 보면 쓰레기통이다.

  배는 길쭉한 목선에 모터보트같은 선외기 엔진을 연결해 놓은 형태였다. 재미있는 것은 프로펠러를 길쭉하게 뒤로 빼놓았다. 왜 그럴까 한참 생각 후 내린 결론은, 기어를 하나 줄이기 위한 것이다.특이한 구조의 선외기출항 대기중인 목선들뱃머리도 신이나서 트위스트~

  덕분에 멀리서 보면 뱃사공이 삿대를 젓는 것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강을 건너는 방법 3가지-모터인줄 모르겠지?, 허름한 단정, 튜브타기

  섬에 상륙하자, 계단을 따라 늘어선 꽃 파는 사람들.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알고보니 시바 신에게 공양하는 꽃이었다. 힌두 사원은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아, 기차와 똑같다.

  대체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처음에는 인도인이 대체로 호기심이 많다고 느꼈다. 길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기분나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그 다음에는 인도인들은 생명을 존중하고, 삶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에서 어땠나, 계절이 바뀌어도 몰랐다. 어느 날 쌀쌀해져 있다고 긴 옷을 꺼내고, 정신없이 살다보면 더워져서 짧은옷을 찾았다. 주위 풍경 한 번, 여유있게 살펴본 적이 없었다. 길에 낯선 광경이 보여도 그런가 보다 무심히 지나쳤을 것이다. 반면, 끊임없는 호기심은 여유의 증거가 아닐까? 이 사람들은 정신없이 사는게 아니라,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는구나. 부럽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동물의 왕국. 도심에도 정말 많은 동물들이 있다.

  그러나, 삶의 여유? 생명 존중?

  길을 나서면 달라진다. 도무지 질서를 지킬 줄 모르는 사람들. 뭐가 그리 급한지, 쉴새없이 경적을 울리고 밀어댄다. 오죽하면 기차에 사람이 매달려서 가겠는가? 기차 내부는 레슬링하는것 같다. 단추가 떨어질 정도로 밀고 밀치고, 그러다 보니 타인의 몸에 손대는 것도 관대하다. 손잡이를 잡은 손을 잡고 가는 사람. 모르는 옆사람 허리를 잡고 가는 사람 등. 이 넓은 나라에서 뭐가 그리 좁은지 숨쉴 틈도 없다. 내가 보기에는 기차요금 조금 더 올리고, 배차간격만 조금 줄여도 훨씬 나아질 듯 한데, 이게 익숙해서 불편함도, 바꿀 이유도 못느끼는것 같다.

  또, 전반적으로 매우 시끄럽다. 고요한 명상? 적어도 내가 봐 온 도시에서는 이딴거 없다. 도로가 시끄러우니 목소리도 크고 모든게 시끄럽다. 심지어 TV광고조차 시끄럽다. 정규 방송의 1.5배는 더 큰 볼륨으로 광고 방송이 나온다. 마치 소리가 크면 더 많이 팔릴거라고 생각하는것 같다.  

  하지만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성급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꾸물꾸물' 끝도 없다. 뭐 이건 인도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아마 한국사람이 지나치게 부지런히 일하는거겠지? '깔짝 깔짝' 일하는 모습. ㄱ자로 구부러진 삽으로 장난하듯 일한다.

  그러다 보니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다. 단순히 호기심이 많은건지, 삶에 여유가 있는건지, 시끄럽고 급한건지 게으른건지……. 

  아무튼 힌두 사원도 무지무지 시끄럽다. 내 생각에 기본적으로 힌두교는 엄숙한 종교가 아니다. 그냥 삶으로 즐기는 종교랄까? 신자들은 정성껏 예배(뿌자)를 드리지만, 종교시설의 엄숙함, 경건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디왈리(Diwali) 축제기간 문 앞을 장식한 모습. 색소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꽃으로 장식한 똥은 어딜 봐서 성스러운가?

  대기하는 줄에 들어가 순서를 기다리는데 계속 뒤에서 밀착 해 온다. 내 앞에는 여학생들이 있다. 성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나라에서 그것도 종교사원에서 여학생들과 더 이상 붙으면 안될것 같은데 계속 밀어온다. 앞에 여학생과 조금만 틈을 벌리면 뒤에서 밀치고 들어온다. 뒷 사람의 배가 내 등에 붙어있다. 체온때문에 덥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견디다 못해 태권도의 앞서기 자세(주먹을 옆구리에 대고 팔꿈치를 뒤로 뺀 자세)를 취했다. 계단 덕분에 내 팔꿈치는 뒷사람의 명치에 위치해 있다. 아파서라도 더 이상은 안 밀겠지?

  소용없다. 계속 밀어온다. 팔꿈치 끝에 느껴지는 배는 힘을 준 것도 아니다. 전혀 안아픈가? 이 사람 혹시 요가의 달인?육체의 한계를 극복한 요가의 달인을 잘못 건드린 류

  나가고 싶지만 뒤로 나갈수도 없는 상황. 좁은 통로를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종을 울리고 꽃을 바친다. 종도 무지 시끄럽다. 사람들에 밀린 아이는 울고있고, 뒤에서는 계속 밀고있다. 마침 뒷사람과 실갱이 하다보니 옆에서 다른 녀석이 들어온다.

  이제 다 남자다. 됐다. 이제 절대 밀리지 않겠다. 출구에서 거꾸로 들어오는 놈은 뭐야! 반칙꾼들에게는 절대 공간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버텼다. 마침내 사원의 지겨운 터널이 끝났다. 시원하다. 짜증만 남은 힌두사원.

  그런데 내 옆사람들의 얼굴은 참 온화하다. 그 와중에 시끄럽게 종도 치고, 정성껏 꽃도 바치고, 성수도 끼얹었다.

  갑자기 참 부끄러웠다. 같은 곳에서 기쁨을 얻은 사람과, 조금 밀리지 않겠다고 몸싸움만 하고, 더 큰 스트레스만 받고 온 사람의 차이. 난 이렇게 속좁고 옹졸한 녀석이구나. 그냥 나라는 인간이 참 안타깝고 측은했다.

  정신없는 힌두사원을 뒤로한채 다리를 건너 숙소쪽으로 돌아왔다.다리위에는 사진을 찍어주고, 즉석에서 출력까지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발전기같지는 않고 배터리인가?

  그래, 역시. 인도는 조금만 떨어져서 보는게 제일 좋다. 강 건너편에서 보는 섬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고요했다.11세기에 만들었다는 가우디 솜나트 사원(Gaudi Somnathh Temple) 이건 초코 아이스크림?옴카레슈와르의 전경

  다음글 ☞ 024. 드디어 베일을 벗은 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