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옴카레슈와르를 떠나 다시 여정에 올랐다. 여전히 걱정 되는 부분은 뒷바퀴. 스포크가 얼마나 잘 버텨줄지가 의문이다.
옴카레슈와르-인도르 가는 길은 끊임없는 오르막이었다. 뭐 이미 버스에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첫날, 데칸 고원을 오르던 고생길이 떠올라 많이 긴장했지만, 끝까지 갈 만한 길이었다. 역시 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다.산길 정상에서. 이제부턴 내리막이다.
이날 달리는 중 계속 멈춰서 스포크를 점검하기를 수 차례. 스포크는 잘 버텨주고 있다. 하나가 계속 풀려버리는 것 외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풀리면 다시 조이면 되는거고, 부러지는것 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버티기로 했다.
산길 정상에 오르니 어느 새 18시가 되어간다. 어두워 지기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주변 가게에서 물과 비스켓을 샀다. 이것만 있으면 일단 안심. 이제 계속 달리다 공터만 찾으면 된다. 마침 얼마 가지 않아, 텐트칠 만한 공간을 발견, 숙영 준비를 했다. 숙영지는 인도르를 약 25km 앞둔 Simrol이라는 마을 근처 공터로 57.58km을 달렸다.(누적거리 1,255km)
뒷바퀴는 아직 잘 달리고 있다. 문제는 달리는 중 풀려버리는 스포크가 3개정도로 늘었다는 것이다. 아마 나사부분이 약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달릴 만 하다. 쉬는 시간에 잠깐씩 조이기만 하면 되니까.
저 원숭이는 낯이 익은데? 아마 말레이시아 Batu Cave에서 본 하누만인가 보다. 어라? 몸 관리좀 했네.운동 한 하누만
힌두교는 신이 3억이 넘는다던데, 지방에 따라 인기있는 신이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주에서는 하누만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서는 가네샤가 인기다. 지방색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코끼리 신 가네샤는 안어울리게 쥐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역시 인도는 크긴 큰 나라다. 주를 넘어감에 따라 바뀌는게 많다.
마하라슈트라 주에서 마댜 프라데시(Madhya Pradesh, MP) 주로 넘어오면서 가을날씨로 바뀌었고, 바나나밭 등 녹색 밭이 자주 보인다. 참, 어디나 널려있던, 내가 좋아하던 사탕수수즙(Sugar Tea)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MP주에서부터 나타나는 광경 중의 하나는 말린 소똥이다. 넓은 원판으로 만들어서 말리는 광경도, 시장에서 파는것도 자주 보인다. 언젠가 소똥을 연료로 쓰는 곳이 있다고 들어봤는데 설마 그곳이 여기였나? 이것도 마하라슈트라에서는 못보던 광경이다. 나뭇가지를 연료로 삼는것은 많이 봤지만.연료 공장의 모습
한참 달리니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한다. 마침 시장이 보여서 이번에는 무를 샀다. 오늘 메뉴는 소고기(다시다)무국이다. 감자는 한 번 당한 이후로 쉽게 손이가지 않는다. 무의 장점은 익혀도 되고, 생으로도 먹을 수 있으니 덜익어도 상관없다. 게다가 이곳의 무는 길고 가늘어서 내 짧은 칼로 자르기도 좋다. 무 하나에 5루피. 2개에 6루피. log함수 형태다. 대체 어떻게 계산한거지?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고 조금 더 가니 야영하기 좋은 장소가 나온다. 아직 어두워지려면 한시간 가량 남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그냥 여기서 쉬기로 했다. 오늘은 112.8km을 달려 최 장거리 주행기록 달성!(누적 1,368km) 현 위치는 Ashta라는 마을 10km 전방의 야산이다.
2월 4일. 이제 목표는 보팔(Bhopal) 통과. 얼마나 지났을까, 비현실적인 광경이 나타났다.
익어가는 곡식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벼인지, 보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이 2월인 것 만은 확실하다. 벼가 바다를 이룬 것 같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벼는 마치 파도와 같았다. 이게 2모작의 위력인가?곡식바다. 우측 상단의 전주에는 닻(Anchor)도 있다.
이름모를 과일을 파는 장수들도 나타나고, 이 과일은 소금을 뿌려 먹는데 그다지 맛은 없었다.잘생긴 과일장수. 거의 다 팔고 얼마 안남았다.
길은 끊임없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아마 경로를 역으로 계획했으면 상당히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점점 보팔과의 거리는 줄어들고 피곤하기도 하여 보팔에서 잘까 고민하며 주행. 마침내 나타난 보팔 시. 보팔은 MP주의 주도(Capital)이다. 마하라슈트라의 주도였던 뭄바이 같은 모습을 생각했는데 나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스모그였다.정말 뿌연 공기의 보팔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는 거지 생각될 정도였다. 보팔은 최대한 빨리 통과하기로 했다.
마댜 프라데시 주는 인구 6천만에 면적은 30만㎢(대한민국 : 10만㎢). 보팔은 주도라는 이름과 달리 높은 빌딩 등 내가 예상한 모습은 전혀 없었다. 산 기슭의 부락(?)이 나타나는가 하면, 길에는 새로운 동물이 등장, 이제는 낙타까지 돌아다닌다.대한민국 3배 면적의 MP주의 주도 보팔낙타는 생각보다 키카 큰 녀석이었다.
무슬림이 많은 도시라는데, 이슬람 양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남아있는 성벽과 성문도 보인다.보팔의 한 성문
하지만 시끄러운건 모든 인도도시의 공통점. 날이 어두워지고 있지만 일단, 보팔은 그저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빨리 가려는데 마침, 철도차단기가 내려지고 얼마 후 기차가 들어온다. 조금 지체되었지만, 기차 구경은 괜찮았다.비둘기호 수준의 기차
기차가 지나가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건널목을 건너기 시작한다. 아직 안올라간 차단기는 안중에도 없다. 이 사람들.. 성격 급할때는 정말 급하다. 하지만 우리와는 또 묘하게 다르다. 아마 나였으면 기다리다가 차단기가 올라간 후 뛰었을 것이다.장애물은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보팔을 막 나서니 석탄 공장이 보이다. 아. 스모그의 원인이 이거였나 보다.검은 흙의 석탄공장
보팔을 막 벗어나 Sukhi Sewania라는 곳의 공터에 숙영하기로 했다.(103.89km 주행, 누적거리 1,472km)
새벽 2~3시 경 잠을 깨우는 후두둑 소리.
비가 온다. 그것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다. 일단, 주위에 철탑이 있으니 피뢰침 역할은 하겠지. 버티기로 했다. 그런데 '어라? 지금 건기인데……. 내가 자고있는 곳도 흙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곳인데' 텐트는 어느정도 방수가 되지만 습기까지 막지는 못했다. 침낭도 옷도 축축하다. 그나마 춥지 않은게 다행이다. 건기에 비맞는 드문 경험까지 한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비가 대충 그치자 바로 텐트를 철수했다. 공터는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아, 그냥 보팔 호텔에 들어갈걸..'
이제 산치까지 남은 거리는 32km. 밥도 안먹고 바로 달려 산치에 도착했다. 숙소는 기차역 앞 New Jaiswal Lodge. 250루피에 합의보고, 들어와 빨래부터 했다.
2월 5일. 현재까지 누적 주행거리 1,504km, Kharghar를 떠난 게 1월 5일이었으니, 자전거여행 한달째 되는 날이었다.
'인도(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8. 최악의 도로를 만나다. Never Highway 86 (2) | 2013.02.15 |
---|---|
027. 산치의 무도사 (14) | 2013.02.08 |
025. 다시 출발. Omkareshwar를 떠나며 (2) | 2013.02.02 |
023. 옴카레슈와르에서의 부끄러움 (0) | 2013.01.29 |
022. 자전거여행 외전. 버스타고 인도르로 (4) | 201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