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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

059. 계속 이어지는 따뜻한 만남 더위에 눈을 떠보니 전날 잔 곳은 다름아닌 목장이었다. 염소들이 경계를 풀치 않은 채 나를 응시하고 있다. 짐을 주섬주섬 정리하며 보니 염소, 양 등을 담 안에 풀어놓고 기르는데 쪽문이 열려있고 지키는 사람도 없다. 주행중에 주인없이 돌아다니는 염소나, 길가에 죽어있는(로드킬이 아닌) 염소를 수차례 봤다. 오만은 길가에 풀은 많이 있으니 아사는 아닐거고, 아마 이런 구조의 목장을 벗어난 후, 길을 잃고 일사병과 목마름으로 죽었으리라. 어째서인지 갈 길을 잃고 헤메다가 쓰러져 있는 염소가 내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자유의 대가인가? 자꾸 이런 것을 보면 기분만 이상해지니 빨리 떠나야겠다. 조금 가서 대형 마트가 보이길래 화장실에서 세수, 빨래까지 끝냈다. 물 몇병 사고 나오는데 갑자기 어디선.. 더보기
058. 신드밧드를 찾아 오만으로~ 5월 27일 저녁. 알 아인(Al Ain) 시내에서 3km가량 떨어진 Al Hili Check point에서 국경을 넘었다. Al Hili 국경 통과하는 사람이 많은 듯,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넘을 수 있고, 소지품 검사도 없었다. 심지어는 여권에 도장도 안찍는다. 출국 기록이 필요한 사람은 도장을 따로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난 UAE 30일 체류 만료가 다가오므로 여권 날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여권에 날인해준 녀석이 Dh35를 요구한다. 출국할때 돈을 낸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어서 왜 내야 하냐고 버티니 그는 씩 웃으면서 그냥 가라고 여권을 돌려준다. 대체 무슨일이지? 어제 경찰이 여권번호 조회한것과 관련있나? 아니면 그냥 일종의 알바였나? 아무튼 UAE의 마지막은 뭔가 개운치 않다. 이제 다음 나.. 더보기
057. 알 아인. 오아시스를 찾아서 Green Mubazzarah Park의 캠핑장 덕분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안전하고 아주 편안하게 쉬었다. 5월 26일. 조식은 라면. 빨래도 하고, 공원을 둘러본다. 이곳은 Jabel Hafeet라는 산자락에 조성된 공원이다. Jable Hafeet는 해발 1,240m로 특히 사막뿐인 이곳에서는 높은 산이겠지만, 토룽 라를 넘어서 그런지 별로 가보고 싶은 산은 아니었다. 아닌게 아니라, 크고 웅장한 느낌도, 뒷동산같은 포근함도 없는 모래색 바위덩어리일 뿐이다. 이 산이 뭐가 그리 좋은지, 공원도 만들어놓고, 분수도 만들어 놓은게 더 신기할 뿐이다. Green Mubazzarah Park를 떠나 알 아인(Al Ain)으로 향한다. 알 아인은 오아시스를 끼고 있는 도시라는데 오아시스는 어떤 모습일까.. 더보기
055. 정어리 두마리에 얽힌 아부다비의 기억 두바이에서 중동에 나름대로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부다비는 또 달랐다. 원래 더 더운 도시인지, 날짜가 지나면서 더 더워진건지 모르겠으나 덥고, 쉽게 지치고 힘도 없다. 아부다비를 돌아다닌 결과, 주유소 마다 다 같은 마크가 보이는 것을 발견. 그러고 보니 입구에 리터당 얼마 가격표시도 없다. 혹시 국영 기업이 독점하는것은 아닐까? 주유원에게 물어보니 역시 아부다비에는 한 주유소만 있다는 것이다. 5월 24일 휘발유 1ℓ에 Dh1.6(480원), 중동은 물보다 석유가 싸다고 들었는데 생수 1.5ℓ에 Dh1.5(450원)였으니까 틀렸지만, 정제 비용 등을 생각하면 정말 저렴하다. 등유나 경유는 더 싸겠지? 아부다비에서는 해변의 코니체(Corniche) 공원에서 잤다. 그런데, 이제는 밤에도 덥다. 텐트 치.. 더보기
042. 룸비니. Wing과의 재회 다시 돌아온 네팔 입국심사장. 기존에 받은 비자는 이미 기간이 만료되어버렸다. 향후 일정은 미정. 여유있게 한달짜리 비자를 받고(40달러), 자전거를 맡겨두었던 룸비니의 한국 절(대성석가사)로 돌아왔다. 그동안 고생의 포상으로 룸비니에 1주일간 머물면서 열심히 살을 찌웠다. 하루 300루피(약 3,900원)이면 부페식으로 3끼와 숙박까지 제공. 한번에 2~3공기씩 먹은 듯 하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정신없던 인도에 비해 고요하고 배부른 룸비니는 그 자체로 좋았다. 대성석가사에서 매우 극진한 대접을 받아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 절은 17년 동안이나 건축하고 있는 절이었고, 많은 기부금을 내지는 못해도 일이라도 돕고 싶었다. 대웅전 주변에 페인트를 칠하던데 페인트칠은 해봤으니 할 수 있을 듯 하다. .. 더보기
036. 네팔 진입. 인도-네팔 국경을 넘어 3월 6일. 편히 자고 일어나서 몸을 풀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슬슬 주행하는데 다행히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 이번 목표는 네팔이다. 현 위치는 네팔 국경까지 60km가량 떨어져 있다. 네팔은 최초 계획에 없었으나 갑자기 가게 되었다. 최초 계획은 바라나시(Varanasi)에서 서북으로 가면서 인도 공주 허황옥의 고향 아유타국으로 추정되는 아요디아(Ayodhya), 이름만으로도 기분좋은 러크나우(Lucknow),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Agra)를 거쳐 인도 수도 델리(Delhi)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네팔은 천국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2박 3일정도면 짧은 코스의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히말라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졌다. 가까운 네팔을 먼저 들렀다.. 더보기
035. 악몽같은 무릎통증이 오다. 3월 4일 월요일. 사르나트(Sarnath)를 출발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였을까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그새 근육이 다 풀렸나보다. 그리고 길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녹야원 주지 스님이 해주신 말씀 - '기대가 욕심을 만든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꿔라'를 생각하며 달리기로 했다. 과연 아무 기대없이 달리니 마음은 편하다. 길이 엉망이라도 그러려니…….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이면 적응하기에는 편한데 아무런 발전이 없을 듯 하다. 112km(누적거리 2,364km)을 달려 Jianpur 3km 전방에서 빈 건물을 하나 찾았다. 마침 2층이라 여기에 숙영하면 주위사람들 눈에도 안띌 듯 하다. 2층에 올라가 보니 학교였다. 또 학교 앞에는 펌프도 있어서 시원하게 샤워까지 할 수 있.. 더보기
034. 깨달음의 도시. 바라나시(Varanasi)와 사르나트(Sarnath) 바라나시에서 본 가장 큰 충격은 화장터였다. 화장 후 재를 갠지스강에 뿌린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직접 본 화장터의 분위기는 기묘했다. 관도 없이, 천으로 싼 시신을 장작불에 태우는데 천이 타면 시신이 노출되고, 팔다리가 떨어지면 인부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불 속에 다시 쑤셔 넣는다. 타다 남은 시신을 뜯어먹기 위해 개들이 주위에 어슬렁거리고, 소는 상여의 꽃을 뜯어먹다. 게다가 구경하는 외국인들에게 '저기 타고있는건 내 할머니다' 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사람들까지. 여기서는 죽어서도 빈부격차가 있다. 부유한 자는 좋은 장작을 많이 쓰고, 가난한 사람은 장작을 적게 쓰거나 아예 전기화장터를 이용한다. 부유한 자는 죽음이 다가오면 갠지스강에서 화장하기 위해 아예 바라나시에 자리잡고 죽을 날을 기다린다는 말도.. 더보기
032.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바라나시로 전날 야간 주행덕에 거리를 상당히 만회했다. 2월 19일. 오늘 알라하바드(Allahabad)에 도착할 듯 하다. 그런데 피로 때문인지 발걸음이 상당히 더디다. 뭐 그래도 100km 만 가면 알라하바드고 거기서는 호텔에 들어갈 거니까. 마침내 알라하바드가 눈앞에 보인다. 저 강은 갠지스강이고, 강을 건너면 알라하바드다. 알라하바드 다리는 2층 구조인데 1층은 사람과 차량이 지나다니고 2층은 기차가 다닌다. 또, 상ㆍ하행 다리가 나누어져 있었지만,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도 그랬던 것 처럼 역주행하는 차량은 여전했다. 아무리 위험해도 꾿꾿히 역주행하는 저 근성만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그런데 알라하바드 시내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 들어서면서 부터 사이.. 더보기
031. 켄강 상륙작전 카주라호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이유는 일기예보. 이틀간 인도 중북부 전역에 비가 예정된 것이다. 일단 숙소에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비는 장맛비처럼 굵었고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인도에서 처음 만난 무료 Wi-Fi 서비스를 즐기면서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햇살이 다시 내리던 2월 17일. 다시 출발이다. 이번 목적지는 알라하바드를 거쳐 바라니시이다. 비로 인해 늦어진 사흘을 만회하기 위하여 구글지도에서 추천하는 최단거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길이 안좋다면 많이 돌아가는 큰길보다 지름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World's Toughtest Road가 파손된 도로였다면 이번길은 진짜 비포장도로였다. 전날 내린 비로 구간구간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