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ing

081. 빈과 함께 한 시비우의 기억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라는 사이트를 알면서도 그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몇차례 현지인들의 집에서 잘 기회가 있었는데, 대부분 넉넉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더 많이 가진 내가 폐만 끼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숙박비가 아주 비싼 나라가 아니라면 내 돈 내고 자는게 훨씬 속편할 것이다. 또, 카우치 서핑 요청을 해도 각자의 사정으로 잘 연결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루마니아에서는 달마 덕분에 처음으로 카우치 서핑을 이용하게 되었다. 첫번째 호스트는 Bin과 Tam이라는 부부였는데, 각각 네트워크와 시스템 엔지니어로 루마니아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짐을 풀고, 씻으려고 했는데, 마침 보일러가 고장났다면서 커피포트를.. 더보기
080. 시비우. 첫 카우치 서핑 브라쇼브에서의 따뜻한 대접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시비우(Sibiu)로 향했다.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지만 새로 준비한 침낭 때문인지 든든한 기분이다. 얼마 후 Codlea라는 곳에 도착했다. 출출해져서 성당 근처의 한 공원에 들러 여기서 중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점심 식사 메뉴 브라쇼브(Brașov)의 이경애 사모님이 싸 주신 샌드위치.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Codlea는 작은 마을지지만 운치있는 곳이었기에 조금 머무르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출발. 시비우로 가는 길은 대부분 들판이며, 중간에 작은 마을을 계속 통과하는 코스이다. 달리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길. 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또한 새로 닦은 길이라 그런지 길 상태.. 더보기
079. 좋은 만남이 이어진 브라쇼브 브라쇼브(Brașov)의 첫 밤을 편안히 보내고, 시내 구경을 나섰다. 우선 관광안내소로 가서 지도를 받고, 이곳저곳을 둘러볼 계획. 달마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감으로만 관광안내소를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관광안내소에서 들은 정보에 따르면, 드라큘라 성으로 유명한 브란(Bran) 성은 드라큘라와는 전혀 관계 없다는 것. 단지 드라큘라 영화에 나온 성과 흡사해서 유명해 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브란 성은 흥미가 떨어져버렸다. 드라큘라의 정식 호칭은 왈라키아 공 블라드 3세(Vlad III, Prince Of Wallachia)로, 흔히 블라드 체페슈(Vlad Țepeș)로 불리며 체페슈는 '가시'라는 뜻으로 포로를 말뚝에 꽂아 죽여서 생긴 별칭이라고 한다. 또한 드라큘라(Drăcu.. 더보기
078.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는 황홀한 여행길 부쿠레슈티를 출발하여 본격적으로 달마와 함께하는 루마니아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 둘이 달리니 힘든줄도 모르고 수월하게 나간다. 나는 왠만하면 큰길을 선호한다. 그나마 국도를 타면 길 상태도 좋은 편이고, 중간중간 마을이 있어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마는 국도보다는 샛길을 좋아한다. 나는 인도에서 고생한 기억에 샛길이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역시 길 상태는 별로다. 그래도 공사중인 몇몇 구간 외에는 포장도 되어 있고, 오히려 불가리아의 국도보다도 도로가 나은 편이다. 물론 스피드를 즐기기에는 무리이지만, 차량 통행량이 적고, 도로가 조용해서 좋다. 대신 국도보다 거리가 길어 목적지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고, 길 찾기도 더 복잡하다. 이날은 황.. 더보기
077. 부쿠레슈티. 자고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달마와 함께 부쿠레슈티(București) 탐사에 나섰다. 또한, 루마니아 돈도 필요하고, 자전거도 정비해야 한다. 루마니아는 불가리아와 붙어있는 비슷비슷한 나라인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부쿠레슈티는 불가리아의 어느 도시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활기찬 곳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수도지. 게다가 결정적인 차이점은 인종의 차이였다. 이 주위 나라들은 슬라브 인들이 주류인데 비해 루마니아만 라틴계통이며 로마의 후손이라고 한다. 나라 이름 Romania도 Roma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내 눈으로는 불가리아인과 루마니아인을 외모로 구분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사용하는 글자였다. 키릴을 기반으로 하는 슬라브 계통 국가에 비해, 여기는 로마 알파벳을 개량해서 사용한다. 덕분에 뜻은 몰라도.. 더보기
076. 부쿠레슈티. 달마와의 재회 루비콘 강을 건너는 케사르의 기분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나름 비장한 심정으로 불가리아 출국 도장없이 다뉴브 강을 건너 루마니아(România)로 향했다. 다뉴브 강 폭은 제법 넓없고, 도하 후에도 조금 더 들어가서야 입국심사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긴장 때문에 더 멀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루마니아의 입국 자체는 문제없으니 들여보내주지 않을까? 통과 안되면 다시 불가리아로 돌아가야 하나? 거기에 불가리아 입국 검문소가 있으면 더 골치아픈데?' 게다가 내 앞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단체로 서 있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입 출국 심사가 정말 까다로운가 보다. 전날 내린 비로 여권 하단이 젖었는데 이것도 문제되지 않을까? 한참을 기다려 마침내 내 차례. 답은 의외로 간단했.. 더보기
075. 불가리아를 떠나며 새 아침이 밝았고,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애초 루세(Ruse)는 예정에 없었고 오늘 중으로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București)까지 갈 계획이지만, 기왕에 들어왔으니 불가리아의 마지막 도시로 루세를 돌아보기로 했다. 루세는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돌아볼 만한 작은 도시였고, 대부분 볼거리들은 올드 타운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가장 먼저 나를 반긴것은 Svobada 광장이었다. 잘 만들어진 광장 주위에는 오전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광장 바로 앞에는 법원이 있었다. 이 건물은 1940년부터 법원으로 사용되었다는데, 원래는 믿기 어렵게도 수산시장이었다고 한다. 물론 리모델링을 했겠지만, 수산시장의 놀라운 변신이다. 올드 타운으로 이어지는 Aleksandrovska 거리를 .. 더보기
074. 벨리코 터르노보와 루세에서의 추석 9월 15일. 약 2주간 정들었던 소피아를 떠났다. 이 날도 날씨를 지켜보다가 중식 이후에나 출발할 수 있었다. 소피아를 벗어나기 무섭게 나타나는 오르막은 끝없이 이어졌다. 보통 산악지형은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이었는데, 이곳은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몇 시간씩 이어진다. 상당히 특이한 지형이었다. 물론 내리막길도 길다. 한 번 내려가기 시작하니까 거의 45~50km/h의 속도로 30분 이상 내려간다. 속도 때문인지 쌀쌀하게 느껴져서 바람막이를 꺼내야만 했다. Botevgrad란 마을을 지나 5km정도 가니 한 주유소가 나타났다. 주유소에서 물 한병을 사면서 주위 공터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허락 뿐만 아니라 주유소의 화장실도 사용하게 해 주셔서 편안하게 씻을 수 있었다. 주유소.. 더보기
073. 소피아. 릴라 수도원. 그리고 세이울과의 만남 소피아에는 공원이 무척 많았다. 사실 공원이야 불가리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특히 소피아에는 더 많았다. 네프스키 성당 근처의 공원에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구형 카메라, 타자기, 바이올린, 장신구 등 각종 골동품이 많았는데, 흥미로운건 각종 무기까지 판다는 것. 구 소련군, 독일군의 철모와 방한모는 물론이고, AK-47 소총에 착검 가능한 각종 대검류와 접이식 칼은 날이 잘 서 있었고, 각종 너클, 손도끼나 표창까지도 팔고 있었다. 군수품이기도 하고, 무기인데 이렇게 아무나 팔아도 되는 걸까? 나치의 철십자 훈장과 소련의 훈장들도 나와 있었다. 처음 받은 당시에는 가문의 영광이었을 텐데, 공산주의가 붕괴한 후 의미도 없고, 생활도 어려워서 결국 시장에서 굴러다니게 된 훈장을 보니 기분이 묘.. 더보기
072. 소피아. 만남과 헤어짐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올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 목표는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Sofia). 소피아는 불가리아의 서쪽에 치우쳐 있는 도시로, 소피아 이후에는 인접한 마케도니아로 갈 계획이었다. 8월 28일. 이날은 92.54km을 달려(누적거리 5,767km) Ихтиман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마을 축제인지 전체가 떠들썩했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인도에서 늘 그랬던 것 처럼. 일단 저녁 해결을 위해 가게에서 식빵과 물만 사고 급히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 천천히 조금씩 전진하다 보니 도로 아래에 공터가 보였고, 여기서 하루 신세지기로 했다.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밤에는 침낭이 필요할 정도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기도 목초지였다. 양치.. 더보기